2008-05-12

귀찮다는 이유로 한동안 집에서 깨작깨작 목욕을하다가 오랜만에 목욕탕에 갔다.
휴일이어서인지 사람도 많고, 가깝다는것 말곤 아무 메리트없는 동네목욕탕은
여전히 작고 꾀죄죄하다. (명색이 목욕탕이거늘)

목욕탕을 가면,(아니 어딜가도 그럴지도) 늘상 느끼는것이 있는데
바로 사람들이 참으로 남에게 피해주는것을 생각하지않고 자유롭다는거다.
여탕만 이런것일까.
아줌마들의 수다와, 온갖 장난감을 갖고 와서 꺅꺅대는 애들과(남자애일 경우 더싫다-_-),
몸에는 뭘그리 다양하게 발라대는지 그것들의 역한 냄새등등
(요거트를 바르려면 적어도 플레인으로 해줬음한다. 왜 딸기냐구!)
안그래도 울리는 목욕탕안은 머리가 웅웅거릴만큼 시끄럽다.
나란 인간이 까칠한건지 모르겠지만 목욕정도는 좀 묵묵히, 조용히, 릴렉스하면서 하고싶다.

그렇게 내가 원하는 이상적 대중목욕탕을 이용할때가 있었다. 일본에서.
이사를하고 물어물어 처음으로 찾아간 날 감격해서 글을 남겼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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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입구부터 남자여자 구별되어있는 한국과는 달리 일본은 남탕과 여탕의 구별이 달랑 벽 하나뿐이다.
할아버지가 나오고 있는 입구로 쭈뼜대며 접근, 프론트에서 400엔의 요금을 지불하고 드디어 첫 센토 체험에 발을 디뎠다.

사람들은 가끔씩 자신이 겪어 보지 않은 일이나 물건에서도 그리움 같은 걸 느끼곤 한다.
그저 시간(의 흐름)을 느끼는 것일까나..
내가 어렸을 때 갔던 목욕탕이 이런 모습이었는지는 기억은 나질 않지만
뭔가 7,80년대의 목욕탕이라는 느낌으로 갑자기 옛날 영화속으로 들어 간 거 같다.
그런데 신기한건 너무나 마음이 편안해지고..깨끗하다는 거다.
오래되고, 한국의 목욕탕에 비해 시설적인 면에선 많이 뒤떨어져있지만 훨씬 청결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특유의 냄새가 있는데 수영장을 연상시키는 냄새여서(일종의 소독약인가..) 마음이 살짝 들떴다.

샤워를 한 후 거품이 나는 탕속으로 들어갔다.
아…….
이런 온기를 느낀게 얼마만인지….. 감동이다 이건.
탕자체는 별로 크지 않아 2,3명만 들어가도 좀 불편할지도모르겠단 생각이 들었지만 그만큼 사람도 없었고,
혼자서 충분히 브루조아의 기분으로 양 사이드에서 나오는 물줄기에 마사지 하면서 거품목욕을 즐길 수 있는 여건이었다.

(중략)

떠나기 싫은 온기를 뒤로하고 탕을 나와 옷을 입었다.
군살 하나 없는 나이스 바디의 언니가 담배를 피며 머리를 말리고 있다.
이것도 뭔가 일본다운 풍경이다.
노렌을 젖히고 나오니 주인아줌마가 도모~ 하고 기분좋게 인사한다.
쑥쓰럼쟁이 나는 가볍게 목례를 하고 센토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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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후부터 일주일에 한번씩 가곤했는데 늘 변함없는 모습이었다.
탕은 깨끗하고 사람들은 조곤조곤 서로의 안부를 묻곤했다.
오늘 초원사우나의 아수라장속에서 그때 생각이 간절했다.

그래도 어쨌든 뜨거운 탕에 몸을 담구고 스팀을 쬐는 목욕은 확실히 집에서 하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
머리를 말리며 거울을 보니 피부에 뭘 바르고자시고 다 필요없고 일주일에 한번씩 목욕탕만 다니면 되겠다싶다.
그동안 까실했던게 목욕탕을 안가서였나..
종종 게으름을 이기고, 짜증스러움을 감수하고 가줘야겠다.
차가웠던 바람을 시원하다고 느끼며 돌아오는 길도 나쁘지 않으니까.

 
2008-05-05

You don't like yourself. but you do admire yourself.
It's all you've got. so you cling to it.
You're so afraid if you change. you'll lose what makes you special.
Being miserable dosen't make you better than anybody else, House.
It just makes you miserable.

< Wilson in HOUSE M.D. Season 2X11 >

 
2008-05-04

1년 4계절중 내가 가장 기다리는 시점은 첫눈 올때도 아니고 꽃들이 만발하는 때도 아니고 바로 5월 요때쯤이다.

꽃이 폈다 지고, 비라도 한번 내리고나면
그 누구의 손도 닿지않은 새것의 초록들이 싱싱하게 자라나고 햇살은 유난히 사물을 또렷이 보이게 한다.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야 라고 말하는 듯한 그 생기가득한 느낌이 너무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밤이되면 '그 바람'이 분다.
너무 차갑지도 후덥지근하지도 않은, 체온과 가까운 온도여서
신경을 곤두세워 집중하지않으면 잘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부드러운 바람.
그런 바람이 곧 여름이 올거라고 말하며 자꾸 자꾸 살갗에 스치면 마음은 괜히 설레고 또한 슬쩍 서글퍼진다.

조금씩 계절이 변화하고 있음을 눈치채고 거기서 무언가를 느끼는건 좀 예민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든지 그렇다.
'너 그거알아? '하고 운을 떼서 설명하려 들면 '어어.. 그거~'하는 대답이 돌아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막상 자신이 알고있는 '그것'을 표현하여 서로의 느낌을 공유하기란 참으로 힘들다.
각자 느끼는것에 차이가 있기도 하겠지만 '그것'이 너무 아름답고, 소중하고, 섬세해서
아무리 적당한 단어를 골라 말하려해도 내가 생각하는 이미지에서 자꾸 멀어져만 가는것이다.
말로 하려고 하면 할수록 이게 아닌데..하는 생각이 들고,
결국 '암튼 그거~ 그 느낌 너무 좋아' 라든가 하는말로 서둘러 귀결짓게 된다.
뭐 적어도 나는 매년 그러고 있다. ㅎㅎ

그렇게 매해 고민을 해도 딱 이거다! 라고 표현 할 수 없는 시기가 또 다시 돌아왔다.
지구 온난화인지뭔지 갑자기 팍 여름이 와버린거 같아 낮엔 좀 상심했지만
밤이 되니 아직 그 단계는 아닌듯 싶다.
이 더위가 좀 사그라들고 다음주쯤 되면 내가 사랑하는 '그 바람'이 찾아 올거 같다.
그래서 난 지금 두근두근하다.

 
2008-05-01

+ 루이는 또 털을 싹밀고 대갈장군이 되었다. 이번엔 꼭 안뭉치게 관리잘해야지.

+ 한동안 식을줄 모르던 고기욕, 술욕에 이어 최근 빵욕이 시도때도 없이 치솟는다.
오늘도 초코/블루베리 머핀, 시나몬 스콘, 호밀 베이글을 밀반입,
초코머핀 하나로 겨우 빵욕을 달래고 나머지는 내일을 위해 꿍쳐두었다.
날이갈수록 몸에 안좋은것만 좋아하니 큰일이다.

+ 자신감있게 잘난척해야 한다는것을 항상 잊지말자.

+ 선물받은 핸드크림 향이 너무좋다. 땡큐!

 
2008-04-30

작년 겨울인가 전철을 타고 아라무를 만나러 가던길에 문득 내려다본 손톱이 지저분해보였다.
나름 손으로 하는 일을 한답시고 항상 짧게만 깎아오던 손톱이
괜히 초라해보이고 손톱주변도 퍼슬퍼슬하니 남보기 창피해 손을 꼭 쥐어버렸다.
그리곤 아라무를 만나 나랑 영원히 거리가 멀것만 같았던 네일케어를 받았다.

이제 나는 일주일에 한번씩 꼬박꼬박, 그것도 혼자서 손톱 손질을 한다.
적당히 길러진 손톱을 입시시절 깎았던 연필마냥 같은 모양으로 다듬고 외출할때는 가끔 매니큐어도 바른다.
뭐랄까 뒤늦게 그런 소소한 여자들만의 재미에 눈을 뜬거 같다.
생각해보면 작년을 기점으로 그러한 변화들이 생겼다.
맨얼굴로 풋풋함을 뽐내던 시절을 지나 어느순간부터 적어도 눈썹은 그리고 나가야했고
눈화장을 하지않으면 뭔가 손해보는 기분이 들기시작했으며
챕스틱이라도 꼬박꼬박 챙겨바르게 됐다.
가방고르는 팁이랍시고 나이가 들수록 필요한게 많아지니 될 수 있으면 작은것보다
넉넉한 크기의 가방을 고르라고 하더니 그말이 딱 맞다.
보완할 부분도 많아지고 단순 보완의 기능을 넘어 드라마틱한 효과를 기대하는 심리도 늘어나 필수품은 줄어들 수 가 없다.

그렇다고 내가 눈부시게 달라졌는가? 라고 따져본다면 그건 또 '글쎄올시다' 다.
내 스스로는 물론 잘모르겠고 주변 사람들말도 너무나 제각각이다.
언니 결혼식때 스쳐 봤으려나..아무튼 그 이후로 오랜만에 마주친 언니친구에게 정은이 동생아니냐며
너~~~~무예뻐졌다는 말을 듣는가하면
(이러한 예뻐졌다는 말에는 쓴웃음을 지울 수 밖에 없는 전제가 깔려있으므로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 기뻐할 수 없다. ㅎㅎ)
거의 십년만에 만난 동창은 고등학교때랑 똑~~~같다고 말한다.
샘은 변했다고하고 수미는 늘상 똑같다고 하고... 뭐가 맞는지 헛갈린다.
하지만 한가지 일관적인건 사진이다.
화장을하건 살이빠지건 여전히 작은눈에 부은얼굴이 '나'라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동일함은 변화에 대한 심정과 같이 때론 안심이고 때론 좌절이다.

 
2008-04-26

smokey saloon의 치즈버거를 마지막으로 당분간, 혹은 영원히 소고기와 이별.

 
2008-04-13

너무 춥거나, 비가오거나, 몸이 아프거나 암튼 특별한 일이 없으면 저녁쯤엔 운동을 한다.
운동이래봤자 근처 공원을 두세바퀴 도는 것이지만 따져보면 4~5km를 걷는거니 얕잡아 볼것은 아니다.
이어폰을 끼고 빠르게 걷는것은 생각을 비우는데도, 생각을 정리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몸을 움직이다 보면 방심하고 있던 곳곳의 살들이 적절한 긴장감을 유지하기 시작하는데 그 느낌도 좋다.

한창 꽃이 피는 계절이라 밤이라 해도 그 화려함이 사라지지 않는다. 요샌 그 꽃들을 바라보며 걷는 맛도 쏠쏠한데
그 중 젤 마음이 쏠리는건 아무래도 벚꽃이다.
낮의 벚꽃도 물론 예쁘지만 밤의 벚꽃에는 뭔가 특별함이 있다.
아름다움에서 느끼는 서글픔은 낮의 배가되고, 올려다 보고 있자면 어둔 밤 하늘과 하얀 꽃잎이
어딘가 비현실 적이어서 슬쩍 무서워지기도 한다.
그럴때면 夜桜(よざくら)라는 단어가 생각난다. 같은 말이지만 밤의 벚꽃보다 와닿는 울림을 갖고 있다.
오늘도 요자쿠라, 요자쿠라 몇번을 되뇌이며 공원을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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